반드시 통일의 길이 되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에 관해서 국내에서는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시비도 가지가지라서 그야말로 "깜"도 못되는 말로 남북정상회담의 의미를 폄하하려는 저급한 언행도 한줄기 유행처럼 있었다.
남북정상회담이 어떤 가시적이고 즉각적인 합의를 이루거나 천지개벽할 깜짝 이벤트가 나올 것이라 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장기적인 기대를 갖는 것은 시작은 미미할지 몰라도 이것이 누적되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독일이 통일로 가기까지는 70년대부터 무려 20여 차례의 정상회담이 있었다. 서독으로서는 전쟁을 피하고 동독으로서는 경제이익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에서 출발한 정상회담은 끝내 독일의 통일로 그 결과를 만들어냈다.
오늘 우리가 남북정상회담을 기대에 찬 눈길로 바라보면서도 독일의 예를 들어서도 그렇지만, 남북간의 통일이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져야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우리의 내부에는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며 끝없는 대결로 북한을 완전히 굴복시키고 흡수하려는 정책을 찬성하는 측이 있고 남북의 대립구도 보다는 화해와 협력의 틀을 유지하면서 장기적인 평화통일을 추구하는 측이 있다.
북한의 완전한 굴복과 흡수통일은 두가지 방법뿐인데 먼저는 독일식 흡수통일이고 또 하나는 월남식 무력통일이다.
이 두가지 방법의 통일방안은 전혀 실익이 없을뿐 아니라 깊은 상처와 무거운 짐을 우리에게 남길 뿐이다.
독일식의 흡수통일이나 월남식의 무력통일은 결국 방식만 다를 뿐, 일방적인 힘에 의한 통일이라는 점에서 닮은 점이 많다. 독일식의 흡수통일은 모양새는 무력충돌을 피하고 평화로운 통일이라는 점에서 겉보기에는 이상적인 방안으로 보이지만 결국 양국간의 격차를 최소화하지 않고 이루어진 통일이 독일경제에 무거운 짐을 지웠고 독일국민들에게 많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 짐을 벗는데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리고 아직도 독일은 통일비용을 극복하는데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여기에 덩달아 舊동독 출신들과 서독출신들간의 격차도 사회문제로 여전히 남아있다.
월남식의 무력에 의한 통일은 우리가 눈으로 뻔히 보는 일이다. 전쟁의 폐해란 우리가 이미 6·25를 겪으면서 느낀 것이고, 월남의 경우도 그 전쟁의 폐허와 상처를 디딛고 일어서는데 너무나 많은 시간을 보냈다. 전쟁의 댓가로 짊어진 짐이야 너무나 많아서 열거할 필요도 없다. 지금 월남은 열심히 경제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애초에 전쟁에 의한 통일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지금은 노력이 아니라 결실을 즐기고 있었을 것이다.
남과 북이 지금 많은 격차가 있지만 이 격차가 독일식의 흡수통일을 감당할 수준에 있지않다. 역시 남북간의 군사력을 비교했을때 전혀 월남식의 무력에 의한 통일방안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 무력은 양측의 결정적인 파멸만을 가져올 뿐이다.
그러면 어떤 방식이 가장 좋을 것인가?
결국은 보다 우월한 체제로의 합치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일방적인 힘에 의한 흡수가 아니라 시간이 더디 걸려도 상호간의 격차를 해소하며 점진적으로 동질화를 이루어야 한다.
남북이 느슨한 연방체제를 이루고 북측의 각종 경제 인프라를 우리의 힘으로 구축하고 북측 주민들의 삶의 질을 지금보다 월등하게 향상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우리의 힘을 집중해야 한다. 개성공단이 작은 예가 되겠지만 북한의 경제상황을 호전시키는 여러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여기에 일방적인 협박이나 강요는 평화의 길을 점점 멀어지게 할 뿐이다.
6자 회담의 결과가 오늘 발표되었다. 북한은 연내에 핵시설의 불능화를 천명하였고,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삭제할 것이란 발표다. 긍정적인 내용이지만 외부적인 힘에 의한 이런 결실들은 내부적인 지원이 없다면 실익이 없다. 외부의 노력보다는 내부의 노력이 동력이 되어야만 남북간의 통일이라는 목표가 달성가능한 것이다.
은감불원殷鑑不遠
殷나라의 거울은 멀지 않다. 라는 뜻이다. 이전의 실패를 자신의 거울로 삼아 경계하라는 것인데, 他山之石도 같은 의미다.
夏의 마지막 왕인 乞이 포악과 방탕으로 망하고, 殷의 紂가 역시 같은 이유로 망했다.
詩經 대아탕편大雅蕩篇에 뒤에 주문왕이 된 서백西伯이 紂王에게 간하는 내용이 있다.
문왕이 탄식하며 말하기를
슬프다. 너 殷商아!
사람이 또한 말이 있다.
넘어지고 쓰러진 것을 일으켜보니
가지와 잎은 피해가 없어도 뿌리는 먼저 쓰러진다고
은나라의 거울은 멀지 않다.(殷鑑不遠)
하후의 세상에 그것이 있다.(在夏后之世)
은감불원은 실패한 전례가 바로 얼마전에 있다는 의미다. 또 '은감을 삼는다.'하면 직접 실패한 것을 보고 교훈을 삼는다는 뜻이 된다. 한유는 육국을 멸망시킨 것이 秦이 아니고 육국이라고 했다. 멸망한 나라의 전례를 거울삼지 않고 멸망할 짓을 했다는 것이다.



